美, 인도주의에 오폭… 국제 사회 비난 속출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업데이트 2015-10-05 02:51
입력 2015-10-04 23:32

아프간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사망자 3명은 어린이… 美 조사 착수

탈레반과 전쟁을 벌이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북부 공습 과정에서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병원을 잘못 폭격해 의사와 간호사, 환자 등 최소 19명이 사망했다. 미군의 오폭으로 민간인이 숨진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인도주의적 지원 단체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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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오폭에 19명 사망… 비탄에 빠진 국경없는의사회
미군 오폭에 19명 사망… 비탄에 빠진 국경없는의사회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의 ‘국경없는의사회’ 운영 병원이 3일 새벽(현지시간) 미군의 폭격을 받아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부상당한 의료진과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탈레반과 교전 중이던 미군의 오폭으로 의사와 간호사, 환자 등 최소 19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쿤두즈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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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정부군 교전 치열한 곳

3일(현지시간) AFP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MSF 측은 이날 새벽 2시 10분쯤 미군의 폭격으로 성인 4명·어린이 3명 등 환자 7명과 의사·간호사 등 MSF 직원 12명 등 최소 19명이 숨진 것이 확인됐다. 37명이 부상했고 이들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쿤두즈는 지난달 28일 탈레반에 점령당했다가 사흘 만에 미군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군 수중에 넘어가는 등 최근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곳이다. MSF가 운영해 온 트라우마센터는 쿤두즈에서 심한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병원으로, 탈레반과 정부군의 최근 교전으로 병원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MSF, 폭격 피하려 정확한 위치 알려

MSF는 폭격을 피하기 위해 아프간군과 미군 등에 최근까지 수차례 MSF 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알렸음에도 이번 폭격이 30분 이상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MSF 측은 폭격 당시 병원에 환자 105명과 의사 등 MSF 직원 80명 이상이 머물고 있었다고 밝혔다. MSF 측은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국제인도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혐오스러운 행위”라며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오바마 “깊은 애도”… MSF 현지서 철수

미 정부는 오폭에 대해 사과하고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미군은 (병원) 인근에서 탈레반을 대상으로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며 병원 공습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희생된 의료진과 시민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국방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사실과 정황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MSF는 이번 공습으로 현지 병원에서 철수했다고 AP가 4일 보도했다. 케이트 스티그먼 MSF 대변인은 “쿤두즈 트라우마센터가 더 기능을 할 수 없어 중상을 입은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고 MSF 직원들도 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용어 클릭]

■국경없는의사회(MSF) 국제적십자회원으로, 나이지리아 내전의 희생자 지원에 나섰던 프랑스 의사들이 1971년 12월 결성한 긴급 의료지원단체. 인도주의 구호활동 공로로 199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2015-10-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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