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공포에 잠못이루는 카트만두…주민, 잠자리 찾아 배회

업데이트 2015-04-27 14:58
입력 2015-04-27 14:58

주차된 버스 속에서 생활하기도…여진 이어져 “배에 탄 느낌”

27일 오전 4시(현지시간) 내리던 빗줄기가 잦아진 카트만두 거리에는 가로등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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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 26일(현지시간) 수십차례의 여진이 이어지자 공포를 느낀 카트만두의 주민들이 집을 빠져나와 군부대 앞 잔디광장에서 노천 생활을 하고 있다.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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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공항에서 시내 쪽으로 30분쯤 달려 도착한 옐로파고다 호텔 근처에는 깊은 밤 시간임에도 더 나은 잠자리를 찾아 이불을 들고 유령처럼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어지는 여진의 공포와 당장 막막한 처지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었다.

카트만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치즈만 구릉은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떨림이 느껴지는 상황이라 배 위에 탄 것 같은 느낌”이라며 “약간만 흔들려도 ‘또 지진이 오나 보다’ 하고 공포가 밀려온다”고 말했다.

기자가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한 것은 26일 오후 9시 30분.

인도 뉴델리를 출발한 여객기가 한차례 회항 끝에 당초 도착 예정시간보다 7시간가량 늦게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 착륙하자 여객기 안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지진 소식을 듣고 가족·지인 걱정에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으나 이날 카트만두 공항 폐쇄로 귀국하지 못해 속을 태우던 네팔 사람들이 마침내 고향에 도착했다는 기쁨과 안도감에 친 박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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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 26일(현지시간) 수십차례의 여진이 이어지자 공포를 느낀 카트만두의 주민들이 집을 빠져나와 길가에 임시 텐트를 치고 노천 생활을 하고 있다.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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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 26일(현지시간) 수십차례의 여진이 이어지자 공포를 느낀 카트만두의 주민들이 집을 빠져나와 길가에 임시 텐트를 치고 노천 생활을 하고 있다.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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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 26일(현지시간) 수십차례의 여진이 이어지자 공포를 느낀 카트만두의 주민들이 집을 빠져나와 길가에 임시 텐트를 치고 노천 생활을 하고 있다.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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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 26일(현지시간) 수십차례의 여진이 이어지자 공포를 느낀 카트만두의 주민들이 집을 빠져나와 군부대 앞 잔디광장에서 노천 생활을 하고 있다.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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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 26일(현지시간) 수십차례의 여진이 이어지자 공포를 느낀 카트만두의 주민들이 집을 빠져나와 군부대 앞 잔디광장에서 노천 생활을 하고 있다.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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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위해 이들과 함께 뉴델리에서 출발한 기자도 더 늦기 전에 카트만두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안도감도 잠시, 공항 운영 재개 후 한꺼번에 몰린 여객기 때문에 활주로에서 한 시간여를 기다렸다 들어간 공항 내부는 자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 나온 각국 사람들로 아수라장이었다.

특히 인도 정부가 특별기를 동원해 자국민을 대피시킨다고 발표하면서 수백여 명의 인도인들이 한꺼번에 공항으로 와서 인도행 항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당수 취재진이 현지 로밍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현지 안내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태웠다.

지진 직후 카트만두에 도착해 공항에 발이 묶인 사람들도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온 단체 관광객 15명은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관광버스를 숙소 삼아 이틀을 보냈다.

힐리 하인스부르크는 기자에게 “지진이 나기 30여 분 전인 25일 오전 11시20분께 카트만두에 도착했다”며 “수화물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면서 짐이 이곳저곳으로 날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고 상황을 떠올렸다.

이들이 예약한 호텔은 지진에 무너져 영업을 중단했다는 연락이 왔고, 이들은 다른 숙소를 찾아나서는 대신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버스에 머물기로 했다. 여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는 주차장에 머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자와 음료수로 끼니를 때우다 26일 오전 식당을 찾아 카트만두 거리로 나섰을 때 전날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희생자의 시신을 화장하는 모습과 수백 명의 사람이 안전한 곳을 찾아 골프장 철망을 뜯어내고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기자가 머문 호텔도 지진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은 지 오래된 별관은 붕괴 우려 때문에 임시로 폐쇄된 상태였고, 운영 중인 본관 1층 벽에도 2m가량의 금이 나 있었다.

카트만두의 여러 지역에 전기와 물 공급이 끊기고, 많은 상점이 영업을 중단한 상황에서 그나마 호텔이 문을 열고 운영되고 있는 것 자체만도 다행인 상황이었다.

밤에는 비까지 내렸다.

구릉은 “지진 때문에 금이 가고 약해진 건물이 비까지 맞아 쓰러질까 걱정”이라며 “많은 주민들이 집을 나와 공터에서 이불로 가림막을 설치하고 머물고 있는데 비와 추위에 더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 이틀이 지났지만 지진 당시의 공포는 여전히 생생했다.

구릉은 “6층 건물 식당 주방에 있었는데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면서 벽에 있던 유리잔 등이 와르르 떨어졌다”며 “순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다가 진동이 멈추고 나서야 어떻게 나가야하나, 창밖으로 뛰어내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인도에서 온 관광객 파르만 칸은 “왕궁을 구경하려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땅이 흔들리면서 지나던 오토바이들이 모두 쓰러졌다”며 “평생 겪지 못한 무서운 상황이었다”고 몸서리를 쳤다.

25일 네팔 카트만두를 강타한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현재 사망자가 2천4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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