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대사 피습] 악수 청하듯 다가가 리퍼트 넘어뜨린 뒤 25㎝ 과도 휘둘러

업데이트 2015-03-05 19:31
입력 2015-03-05 19:31

美대사 피습 재구성 및 치료 경과

통일운동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초청 강연회는 5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됐다. 참석자들이 조찬 행사장인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 하나둘 도착하고, 강연자인 리퍼트 대사도 헤드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 리퍼트 대사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방향’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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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오른쪽)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강연회에서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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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가운데) 대사가 강연장 헤드테이블에서 안양옥(왼쪽) 한국교총 회장, 장 의원, 김덕룡(오른쪽) 민화협 상임고문 등과 환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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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시점을 노리던 김기종씨는 악수를 청하듯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다가가 발을 걸어 넘어뜨린 뒤 25㎝짜리 흉기로 오른쪽 뺨과 왼쪽 팔뚝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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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35분쯤 참석자들에게 아침식사가 제공됐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며 동석자들과 환담 중이었다. 민화협 상임의장 중 한 명인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을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 등이 같은 테이블에 동석했다. 그 바로 오른쪽 원형 테이블에서 공격 시점을 노리던 김기종(55)씨는 악수를 청하듯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가 발을 걸어 넘어뜨린 뒤 흉기로 얼굴과 손 등을 여러 차례 공격했다.

리퍼트 대사는 김씨가 다가오자 악수를 청하는 줄 알고 일어섰다가 흉기에 오른쪽 뺨과 왼쪽 팔 등을 찔렸다.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불과 1~2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손쓸 새도 없었다. 한민족사중앙연구회 소속 이광원씨는 “사회자가 ‘아침식사를 계속하면서 강연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자 개량한복 차림에 모자를 쓴 김씨가 갑자기 일어나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갔고, (리퍼트 대사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김씨의 공격을 받은 리퍼트 대사는 “도와달라”고 외치며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아 걸어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사건 직후 리퍼트 대사를 서울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긴 세종로지구대 경찰은 “오전 7시 40분쯤 주변을 순찰하다가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리퍼트 대사 수행원을 불러 긴박한 상황을 확인하고 곧바로 뒷좌석에 태워 이송했다”고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강북삼성병원에서 지혈 치료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마치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10시부터 이 병원 성형외과 유대현 교수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의 집도로 2시간 30분가량 봉합 수술이 진행됐다. 리퍼트 대사의 얼굴 봉합 수술을 담당한 유 교수는 “광대뼈에서 턱까지 길이 11㎝, 깊이 3㎝의 상처였는데 천우신조로 주요 신경과 침샘 등을 비켜나가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라며 “다만 조금만 더 (흉기가) 들어갔으면 경동맥이 손상됐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형외과 수술을 집도한 최 교수는 “리퍼트 대사가 공격을 팔로 막는 과정에서 왼쪽 팔뚝 중간 부분에 3㎝가량 관통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새끼손가락의 척골 신경과 엄지와 검지를 펼 때 쓰는 힘줄이 손상돼 봉합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종 전 입원했던 2001호실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3∼4일가량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달 이곳에서 아들을 출산한 인연으로 리퍼트 대사가 직접 ‘병원을 옮겨 수술받겠다’고 요청했다”며 “주변 사람들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는데 오히려 리퍼트 대사는 의연했다”고 전했다.

한편 현장에서 체포된 김씨는 조사를 받기 전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에 옮겨져 발목 골절상 치료를 받았다. 그는 병원에서 만난 취재진에 “주최측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뒤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고 10일간 테러를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민화협 관계자는 “김씨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참석자들 말에 의하면 ‘저런 사람도 여기 들어오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하고 이상해 보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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