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엉덩이골… ‘순수의 시대’ 강한나 “노출 부담이요? 다 중요한 정사신”

업데이트 2015-03-04 17:12
입력 2015-03-04 17:12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첫 주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이 신인 배우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노출’, ‘노출 수위’, ‘엉덩이골’ 등의 단어가 뜬다.

’노출’로 인지도를 높여 보려는 그저 그런 신인으로 여길 소지가 다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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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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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마디 대화를 나눠 보면 튀려고 안달이 났다기보다는 꽤 준비가 된,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오는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처음 주연을 맡은 배우 강한나(26)의 얘기다.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것은 공교롭게도 한 벌의 드레스였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당시 ‘엉덩이골’까지 노출한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된 것.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강한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왜 그 드레스를 입었는지 물었다.

”사실 노출이 화제가 되면서 그 드레스의 시작과 본질은 묻혔어요. 디자이너 맥앤로건의 드레스였는데 ‘여체의 아름다움은 앞모습뿐 아니라 뒷라인을 통해서도 있을 수 있다’는 로건 선생님의 철학이 담긴 드레스였죠. 얘기만 들었을 때는 저도 충격적이었지만 실제로 직접 입어보니까 그런 철학이 납득이 되더군요. 그래서 런웨이를 걷듯 예술작품을 입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죠.”

강한나는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연기자로서 모습을 보이기 전인데 이미지적으로 세게 다가왔을 것 같다”며 “언젠가 재평가될 수 있는 날이 있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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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순수의 시대’의 배우 강한나가 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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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의 파격적인 노출과 정사신은 그에게도 부담됐을 법하다.

극 중 사랑과 복수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녀 ‘가희’ 역을 맡은 강한나는 사랑을 나누는 김민재 장군 역의 신하균을 비롯해 이방원 역의 장혁, 왕의 부마 진 역의 강하늘 등 세 남자 배우와 베드신을 촬영했다. 정사신도 잦지만 노출 수위도 꽤 높다.

자칫 제대로 연기력을 선보이기 전에 노출 이미지가 굳어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강한나의 생각은 달랐다.

강한나는 “영화 속 정사신이 과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조목조목 각각의 정사신에 대한 생각을 얘기했다.

”김민재와의 첫 정사신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마음을 확인하는 감정이었고 그런 부분이 잘 표현돼야 첩으로 들어가는 당위성이 생기는 것이었죠. 두 번째는 엿보는 진을 의식한 정사신인데 복수를 펼치기 위한 선상에 있는 시퀀스죠. 마지막은 서로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애달프고 슬픈 교감을 나눠야 했고요.”

이방원과의 정사신은 “각자의 욕망을 위해 격렬하게 달려가는, 피로 얼룩진 전쟁터 같은 느낌이라 꼭 필요했던 장면”이고, 진과의 장면은 “보면서 불편할 수는 있지만 가희가 이후에 행동을 취하는 데 중요한 장면”이라는 게 강한나의 생각이다.

강한나는 “영화에 노출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사신 모두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 안에 놓여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 부분을 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확고한 그의 생각 덕분인지 강한나는 연기력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남자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다채롭고 입체적인 가희로 영화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매일 촬영장에서 기록한 노트도 도움이 됐다. 신하균도 인터뷰에서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감독이 준 디렉션, 제가 가끔 건네는 얘기를 기록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놀라웠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를 칭찬한 바 있다.

”원래 쓰는 걸 좋아해요. 노트가 종류별로 있어요. 가희가 긴 호흡을 가지고 움직이니까 다양한 감정선을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선배님들, 스태프가 해주신 코멘트, 촬영하면서 느낀 점, 고민 등을 적는 일기였죠.”

강한나는 함께 연기한 신하균에 대해 “’이 모든 작업은 관객을 위한 거야’라고 해 준 얘기는 촬영 현장에 갈 때마다 되새겼다”며 “모든 경험이 응축된 얘기를 해 줘서 배우로서의 태도, 마음가짐 등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몸으로 표현하는 게 좋았다”던 강한나는 “세계적인 발레리나를 꿈꾸며 열심히 했으나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혀” 발레를 그만둔 뒤 어머니의 권유로 연기 학원에 갔다가 “팔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전율을 느꼈다.

이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그는 연극 무대 등을 통해 한 걸음씩 천천히 연기자의 길을 밟아왔다. 현재는 대학원 휴학 중이다.

”연극은 정말 진하게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공부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뭐 하나 하는 척해서는 안 되는 작업이죠. 연극이 하나 끝나면 제가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삶이 몸에 달라붙더군요. 고통스러웠지만 얻는 게 많았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좋다”는 강한나는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게 연기자인 만큼 다양한 삶을 통해 그 삶을 사는 사람의 마음을 만져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롤모델은 전도연 선배님”이라며 “작품을 해 나감에 있어서 당당하고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그걸 결과물로 증명해 보이는 (전도연과 같은)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노출, 베드신이 제 연관 검색어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해 나가면 앞으로는 제 대표작이나 캐릭터가 연관 검색어에 오르지 않을까요? 배우라는 숭고한 이름의 직업이 제 앞에 붙었을 때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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