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켓 못 찾고… “작업 배제됐다” 민간 잠수부 100명 철수

업데이트 2014-04-24 10:05
입력 2014-04-24 00:00

3층 식당칸서 실종자 못 찾아 시신 유실 우려도 커져

바다 물살이 평소보다 크게 약해지는 소조기(22~24일)가 끝나 가면서 실종자 가족들과 구조팀의 마음도 급해졌다. 사고 발생 시간이 아침 식사 무렵이라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여럿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식당칸에는 아무도 없었다. ‘에어포켓’(객실 내 공기층)도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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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민간 잠수부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작업에 참여한 가운데 다이버용 감압체임버에서 잠수병 예방을 위해 감압 치료를 받고 있다.
진도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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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8일째인 23일 해양경찰과 해군, 민간 잠수부 등이 모인 합동구조팀은 전남 진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선체 3, 4층 다인실을 집중 수색했다. 오전 수색 결과 배의 4층 꼬리 부분 객실(단원고 여학생 객실) 등에서 시신 20여구를 수습했다. 사고 이후 발견된 전체 사망자 수는 모두 157명(오후 11시)으로 늘었다. 특히 129~157번째로 발견된 시신 중 1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학생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오후에는 4층 선미 다인실과 3층 선수 다인실(일반인 탑승객 객실) 등을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전날 3층 식당칸에 잠수부가 진입해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명석 대책본부 대변인은 “16일 오전까지 3층 식당, 라운지에 대한 탐색은 모두 끝났으며 4층 선미 다인실을 일부 수색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 측은 또한 생환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를 품게 했던 에어포켓이 이날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수색에 집중하다 보니 에어포켓을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배 선체가 뒤집히면서 집기가 섞여 엉망인 데다 선실 입구가 막혀 특수 제작한 망치로 객실을 부수고 다른 객실로 옮겨 가며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오늘 생존자와 가족이 사고 현장을 찾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면서 “구조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8일째로 접어들면서 시신 유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책본부는 “침몰 선박을 중심으로 반경 1㎞ 내에 민·관·군 선박이 빽빽이 정박해 있고 그 밖으로도 배들을 듬성듬성 배치해 시신 유실을 막고 있다”면서 “더 외곽에는 저인망어선을 포진시켰다”고 말했다.

필사의 구조 작업으로 ‘잠수병’을 호소하는 잠수요원들도 늘고 있다. 이날 오전 구조·수색 작업에 투입된 민·관·군 잠수부 중 10여명이 마비 증세와 피로 누적 등을 호소해 해군 청해진함과 평택함 내에서 감압 치료(고압 산소를 공급해 체내에 쌓인 질소를 호흡을 통해 배출시키도록 하는 것)를 받았다. 15년 이상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심해 구조 활동을 했던 한 전문가는 “로봇 등 첨단장비가 있어도 결국 사람을 구조하거나 시신을 수습하는 것은 잠수요원들”이라면서 “잠수요원들은 이미 상당한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민·관·군 합동구조본부 차원에서 잠수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2차 피해를 막는 것도 구조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 초반부터 정부 측과 삐걱댔던 민간 잠수부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쌓였던 불만을 표출했다. 황대영 민간 다이버협의체 공동회장은 “22일 민간 정예 잠수요원 19명을 추려 구조 작업에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해경 측이 ‘작업용 가이드라인(안내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면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사비로 바지선(짧은 거리에서 화물을 수송하는 부선)을 가져와 추가 투입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가로막혔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경 간부가 민간 잠수부에 욕설을 한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이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당시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3㎞ 사고 현장에서 민간 잠수부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현장에 도착하자 대형 바지선에 타고 있던 한 해경이 “야 이 새끼야, 여기가 아무나 오는 데야?”라고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민간 잠수부는 “바지선으로 옮겨 타려는데 갑자기 책임자로 보이는 해경이 욕을 했다. 생업을 포기하고 달려온 현장에서 이런 모욕을 당할 줄은 몰랐다”며 흥분했다.

바지선 책임자였던 이 해경은 당시 민간 잠수부들의 잠수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욕설은 민간 잠수부가 아니라 고무보트를 조종하는 해경에게 한 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 회장은 “’아무나’는 명백히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민간 잠수부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민간 잠수부 100여명은 전날 오후 철수했고 이날 20~30명의 잠수부만 팽목항에 남았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해군 수중파괴팀(UDT), SSU를 비롯해 베테랑 특수대원 수백명이 대기하고 있어 물살이 약해지는 소조기를 맞아 집중 수색을 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2014-04-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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